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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봄 *김령
 > 2010-3-5 10:58:00 조회 : 347 

골목길에 수북하게 자라난 잡초들때문에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였다.한참을 갈팡질팡하다가 긴가민가한 집대문을 보고는  마음을 가다듬고 떨리는 손으로 너무도 낡고 허술해진 대문을 여는 순간 나의 입은 저도 모르게 벌어졌고 두눈을 믿을수가 없었다.차라리 잘못 찾아왔다고 믿고싶었지만 이곳은 틀림없이 아름다운 동년을 보냈던 잊지 못할 내 하나뿐인 고향집이였다.

   집안팎과 앞마당,뒤마당 할것없이 구석구석 모두가 내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담고있던 안식처였는데 지금은 옛날 그 모습을 눈 씻고도 찾아볼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변했다. 내 키만큼이나 발 디딜 틈도 없이 자란 풀들은 마치 나의 집을 점령한 병사들 같았다. 아직도 하학하고 외할아버지랑 함께 집에 돌아오던 모습이 눈앞에 선하고 저녁이면 외할머니께서 들려주시던 옛이야기도 귀전에 쟁쟁한데 외할아버지랑 외할머니께서 한국으로 떠나신 몇년 사이에 아무도 찾아주지 않은 고향집은 무성한 잡초들의 제국으로 되여버렸다.
비록 낡고 오래되여서 다 허물어져가는 초가집이였지만 예전에는  웃음이 넘치고 행복의 향기로 가득찬 집이였다. 굴뚝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나면 부엌에는 어김없이 맛있는 냄새가 진동하였고 봄이 오면 처마밑에서는 어김없이 반가운 새들의 지저귐이 들렸다. 해마다 봄이 되면 외할머니는 머리에 흰수건을 두르시고 터밭에  파,  상추 등 채소들을 손수 심으셨다.그럴 때마다 나도 외할머니를 돕고싶은 마음에 호미를 들고 나섰지만 매번 흙장난만 치는바람에 외할머니의 꾸지람을 받고나서야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집안으로 들어갔다.가을이면 나는 뒤밭에 있는 사과나무, 앵두나무 등 과일들을 목이 빠져라 쳐다보군 했다.  채 익지도 않은 과일들을 보고도 군침이 돌아 외할아버지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따달라고 성화를 부렸다. 그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들을 마음의 기억상자속에만 남겨둘수밖에 없다는것이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그 누구보다도 고향집에 무척이나 연연하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셨다. 하지만 점점 많은 사람들이 치부의 길을 찾아 한국으로 떠난 마을은 해가 거듭날수록 조용해졌다.  설날이 되여도 찾아오는이 하나 없었고 날이 갈수록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건강은 더욱 허약해졌다.  자신의 육체 같고 피 같은 정든 땅과 고향집이였지만 자식들과 함께 있기 위해 떠날수밖에 없었던것이다.
그러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마음을 너무도 잘 알기에 한국으로 떠나기전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리고자 디지털카메라에 따뜻하고 아름다운 고향집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가고싶었다. 부엌문을 열고 안으로 한발작 내디뎠을 때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나는 얼음처럼 그 자리에 얼어버렸다. 마음준비를 단단히 했지만 온통 먼지투성이로 된 부엌을 보니 나는 코마루가 찡해났다.깨끗하기로 소문난 외할머니덕분에 설비가 별로 좋지 않았던 초가집 부엌도 반짝반짝 빛이 났었는데. 깨진 창문유리를 통해 불어들어온 찬바람때문에 천장 구석구석의 거미줄이 흔들흔들거렸다. 다행히도 먼지가 가득 앉긴 했지만 오랜 세월을 외할머니와 함께 했던 가마솥만은 여전히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솥뚜껑을 열어보려고 부엌아궁이로 다가섰는데 내 발사이를 빠르게 지나쳐간 무엇에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본 순간 나는 “악—”  하는 비명과 함께 부리나케 부엌을 뛰쳐나왔다.외할머니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고향집은 그야말로 쥐들이 득실대는 세상이 되였다. 내 가슴은 칼로 도려내듯 했다. 나는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치며 가마솥을 종이로 깨끗하게 닦고 또 닦았다.   그리고는 이 소중한 한 장면을 디지털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고 터벅터벅 힘없이 부엌을 걸어나왔다.
나는 차오르는 눈물을 머금고 고향집을 다시한번 쭉 둘러보았다.너무도 기억하고싶지 않은 처량한 모습의 고향집이였지만 차마 그대로 발걸음을 뗄수가 없었다. 순간 나는 눈앞에 어렴풋이 보이는 무엇에 깜짝 놀랐다.한가닥의 미세한 빛과 같은 희망이였다.뒤밭에 있는 외할아버지께서 각별히 아끼시던 사과나무가지에 흰꽃이 활짝 피었다. 나는 인차 디지털카메라를 꺼내들었다. 이거면 그래도 충분할것 같았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도 좋아하실거라는 생각에 얼음장같이 차겁던 내 마음도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스르르 녹기 시작했다.
   아직은 꽃샘추위가 채 물러가지 않은 이른봄이다.  그렇듯 처량한 고향에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엄동설한을 꿋꿋이 이겨내고 말이다.활짝 피여난 사과꽃처럼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언젠가는 봄이 찾아오겠지?  옛날 고향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봄이…

[연변일보 20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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